안녕하세요. 요양병원 원무과에서 매일 환우분들과 보호자님들을 곁에서 뵙고 있는 현직자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계신 분들께 병원은 삶의 터전이자, 동시에 세상과 단절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병원 정문 밖,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진 작은 편의점이나 병원 앞 화단조차도 환우분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나들이 코스'가 되곤 합니다.
원무과 창구에 앉아 있으면 휠체어를 탄 환우분이나, 잠시 밖으로 나온 보호자분들이 병원 주변을 걷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저희 병원 옥상에는 예쁜 화단과 운동을 하실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곳에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임 장소이기도 합니다. 늘 같은 시간 이곳 화단의 꽃을 보러 나오시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편찮으신분들이지만, 가끔 밝은 목소리와 얼굴이 보이기도 합니다.
휠체어를 밀어드리는 보호자분과 나누는 그 짧은 대화가 병원 안에서의 답답함을 씻어내 주는 것 같더군요.
어떨땐 1층 병원앞 화단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환우분을 위해 작은 편의점에서 환우분이 드시고 싶다던 음료수를 사 들고 뛰어오시던 보호자분의 바쁜 발걸음도 생각납니다
"이 사람아. 자네도 이거 하나 먹게, 하루 종일 앉아 있으려니, 힘들지."
환우분의 보호자분도 옆에서 힘드실 텐데, 창구에 앉아 있는 저를 먼저 생각해주시는 그 따뜻한 배려에 순간 가슴이 뭉클해져서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혹시 드시려고 아껴두신 건 아닐까, 부족하시진 않을까 걱정되어 슬쩍 눈치를 보다가 수줍게 손을 내밀어 음료수를 받았습니다.
주시는 마음을 거절하는 것이 오히려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 귀한 마음을 기쁘게 받은 것이죠. 그 음료수 한 모금이 그날 하루 종일 일하느라 지쳤던 제 마음을 얼마나 시원하게 씻어주었는지 모릅니다.
사실 원무과 직원인 저에게도 이 공간들은 환우분들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병원 복도가 아닌, 병원 밖의 맑은 공기 아래에서 마주치면 평소보다 훨씬 더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까요.
병원 안에서는 '환자와 직원'으로 만났지만, 밖에서는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웃으며 안부를 묻는 그 순간이 저에게도 큰 위로가 됩니다.
몸이 불편한 환우분들께는 병원 밖 몇 미터가 마라톤처럼 힘들 수도 있습니다. 잠시라도 병원 밖으로 나가실 때는 꼭 다음 사항을 챙겨주세요.
낙상 주의: 병원 주변은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할 수 있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실 때는 반드시 보호자나 간병인이 동행하고, 속도를 천천히 조절해주세요.
체온 조절: 병원 안은 늘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지만, 밖은 기온 차가 큽니다. 잠시 나가더라도 겉옷을 꼭 챙겨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원무과/간호사실 알림: 아주 짧은 산책이라도 반드시 원무과나 간호사실에 알려주셔야 합니다. 혹시 모를 응급 상황 발생 시 환우분의 위치를 바로 파악하기 위함이니, 외출 기록은 필수입니다.
치료라는 것이 단순히 약을 먹고 주사를 맞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병원 앞 작은 화단에서 꽃을 보고,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한 잔 마시는 그 짧은 시간이 환우분들에게는 다시 병실로 돌아갈 에너지가 됩니다.
"답답했는데, 쫌 났네" 하시며, 기지개를 펴시는 모습도 보이네요. 그 모습에 저도 기지개를 한번 펴 봅니다.
창구에 앉아 있으면 서류와 금액, 규정 같은 딱딱한 것들만 보게 되지만, 병원 밖 벤치로 나가면 그제야 비로소 '사람'이 보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이 병원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매일 배웁니다.
앞으로도 저는 창구 너머로 들려오는 환우분들의 작은 신음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병원 앞 화단에서 웃으시는 환우분들의 표정을 보며 창구 밖으로 나갈 용기를 낼 생각입니다.
단순히 병원비를 정산하는 직원을 넘어, 환우분들이 이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기분 좋은 사람'으로 곁에 남고 싶습니다.
환우분들이 저에게 건네주신 음료수 한 잔에 담긴 그 따뜻한 정성을, 저 또한 앞으로 만나는 모든 환우와 보호자분들께 배로 돌려드리는 원무과 직원이 되겠습니다.
오늘도 병원 문을 나서 잠시나마 세상의 공기를 마시는 모든 환우분과 보호자분들의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몇일 있다가 뵐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