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양병원 원무과에서 매일 환우분들과 보호자님들을 곁에서 뵙고 있는 현직자입니다. 병원이라는 곳은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치료를 받고, 검사를 하는 톱니바퀴 같은 일상이 반복되죠. 하지만 가끔은 이런 팽팽한 긴장을 단번에 녹여버리는 유쾌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우리 요양병원 사람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던, 잊지 못할 '치킨 소동'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원장님께서 그동안 고생하는 간호사 선생님들을 위해 몰래 치킨을 주문하셨습니다. 그런데 배달원의 실수였을까요, 아니면 병원 복도가 조용했던 탓일까요? 배달원이 병원 문을 열고 들어와 "치킨 배달 왔습니다!" 라고 외쳤는데, 하필 그 소리를 들은 장난끼 많은 환우 한 분이 본인이 시킨 것이라고 하신 겁니다. 그 어르신은 평소에도 장난기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치킨 냄새가 복도에 진동을 하자마자 "내 치킨 왔다! 다들 모여라!" 라고 병동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간호사 선생님들은 당황했고, 진료를 보던 의사 선생님들까지 무슨 일인가 싶어 복도로 나오셨습니다. 원무과에 있던 저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부리나케 뛰어나갔죠. 알고 보니 원장님이 간호사 선생님들 고생한다고 시키신 건데, 엉뚱한 환우분이 주인공이 되어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은 금세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원장님은 당황한 간호사 선생님들을 보며 너털웃음을 터뜨리셨고, 상황을 파악한 환우분들도 박장대소를 하셨습니다. 물론, 환우분들은 병원 식단에 따라 식사 조절을 하셔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치킨 냄새는 코를 찔렀지만, 어르신들은 본인이 드실 수 없는 것을 아시기에 "에구, 냄새는 좋네! 그림의 떡이다!" 하시며 연신 장난을 치셨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혹시라도 드시고 싶어 하실까 봐 "어르신, 이건 우리만 먹고 나중에 건강해지시면 제가 밖에서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요양병원 원무과에서 매일 환우분들과 보호자님들을 곁에서 뵙고 있는 현직자입니다. 오늘은 내용도 길고, 좀 지루하실만한 글입니다. '에구..' 수많은 서류들을 매일 만지고 있는 저의 한숨입니다. 저는 창구에 앉아 서류를 처리할 때마다 마음을 가다듬곤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복잡하고 귀찮은 서류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환우분의 병력, 가족의 고단한 고민, 그리고 다시 쾌유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간절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절대 실수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어떤 어르신의 진단서를 떼어드리다가 그분이 평생 살아오신 이력과 지나온 세월들을 잠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질병 코드 몇 개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치열하게 살아오신 삶의 궤적이 그 서류 한 장에 응축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가끔씩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살아오신 인생을 듣기도 했습니다. 특히 3층 병동에 계신 어르신들은 정말 존경 받아야 할분들이 많았습니다. 베트남 참전용사분도 계시고, 평생을 해외 건설공사로 대부분을 해외생활을 하시며, 한국이 달러를 벌고 한국이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일을 하신분, 경북 어느 한 지역의 전통 놀이의 계승자이신분... 저도 저분까지는 못 되어도, 열심히 자~알 하며 살겠습니다. 보험 서류 때문에 불안해하시는 보호자분들을 도와 드리면 한 가정의 생계를 지탱하거나 환우분의 치료를 지속하게 하는 생존의 문제가 해결 될수 있으니, 제가 지금 가장 잘 하는것으로, 열심히 할겁니다. 저는 환우분의 이름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서류에 박제된 복잡한 숫자와 코드보다, 지금 제 앞에 계신 분의 '이름'을 먼저 부르는 것이야말로 제가 환우분께 드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존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내 이름이 불린다는 것, 그것은 내가 이 병원의 '관리 대상'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니까요. 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