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양병원 원무과에서 매일 환우분들과 보호자님들을 곁에서 뵙고 있는 현직자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계신 분들이나 보호자님들은 저희를 볼 때 늘 '직원'으로만 대하십니다.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주고, 서류를 떼어주며, 복잡한 계산을 처리해 주는 사람. 저 역시 병원에서는 늘 꼿꼿한 자세로 웃으며 창구를 지킵니다.
하지만 가끔 거울을 보거나 퇴근길 버스 창문에 비친 제 얼굴을 볼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아들, 딸이자, 때로는 아픔을 겪는 평범한 사람인데 말이지요.'
컴퓨터 화면만 하루 종일 보고 있어 눈이 침침해질 때가 많습니다.
보호자분들의 민원을 처리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기가 빠져 퇴근 후에는 말 한마디 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원무과 댓빵이 한마디 하십니다.
'내일 쉬는데, 한잔 먹고 갈까.. 그래야 친목도 도모 되고, 스트레스도 풀고.. 그러는게 맞제..'
'집에 전화해라. 마.. 한잔 묵자.'
저희들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지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이라는 곳이 그렇더군요. 제가 아프다고 티를 낼 수 없는 곳입니다.
제가 조금만 표정이 어두워도 환우분들은 "무슨 안 좋은 일 있나?"라며 걱정해 주시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병원 문을 열기 전, 거울을 보고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올리는 연습을 하곤 합니다.
그래도 오래오래 환우분들 곁을 지키려면 저희도 살아야겠더라고요. 저희 직원들끼리 공유하는 '작은 숨구멍'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아무리 바빠도 점심시간 끝에 10분은 꼭 병원 밖을 나갑니다. 햇볕을 쐬고 들어와야 오후 업무를 다시 시작할 에너지가 생기거든요.
"오늘 고생 많네", "차 한잔할래?"라는 동료의 말 한마디가 참 큽니다. 병원 업무는 혼자 할 수 없기에, 동료들과의 짧은 수다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저희만의 생존 방식입니다.
병원 일을 하는 동안만큼은 긴장 상태이기에, 퇴근 후에는 무조건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제가 좋아하는 취미에 집중하려 노력합니다.
Q: 병원 직원은 왜 그렇게 바빠 보이나요? A: 병원의 시계는 환우분의 응급 상황이나 보호자님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맞춰 돌아갑니다. 저희가 자주 뛰어다니는 이유는 단 하나, 환우분의 불편을 1분이라도 빨리 덜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혹시 저희가 조금 무뚝뚝하게 느껴지더라도, 마음만은 늘 환우분들을 향해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병원 문을 닫고 퇴근하는 길,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환우분들이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편안하시길, 그리고 우리 직원들도 내일 다시 웃으며 환우분들을 맞이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어쩔 다른 방법이 없어 출근해야, 가정을 지킬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직장을 다닌적도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보니, 제게는 가정이라는 소명감 이외에 직업에 대한 소명감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거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고요.
모르는것을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것만 해도, 너무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으로....
몸은 힘들어도 환우분의 웃음을 보면 힘이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