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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한 장에 담긴 누군가의 일생, 원무과 직원이 서류를 대하는 자세

안녕하세요. 요양병원 원무과에서 매일 환우분들과 보호자님들을 곁에서 뵙고 있는 현직자입니다.

오늘은 내용도 길고, 좀 지루하실만한 글입니다.

'에구..' 

수많은 서류들을 매일 만지고 있는 저의 한숨입니다.

저는 창구에 앉아 서류를 처리할 때마다 마음을 가다듬곤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복잡하고 귀찮은 서류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환우분의 병력, 가족의 고단한 고민, 그리고 다시 쾌유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간절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절대 실수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환우의 삶이 기록된 서류를 정성스럽게 다루며 환우를 대하는 원무과 직원의 따뜻한 모습


얼마 전, 어떤 어르신의 진단서를 떼어드리다가 그분이 평생 살아오신 이력과 지나온 세월들을 잠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질병 코드 몇 개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치열하게 살아오신 삶의 궤적이 그 서류 한 장에 응축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가끔씩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살아오신 인생을 듣기도 했습니다.

특히 3층 병동에 계신 어르신들은 정말 존경 받아야 할분들이 많았습니다.

베트남 참전용사분도 계시고, 평생을 해외 건설공사로 대부분을 해외생활을 하시며, 한국이 달러를 벌고 한국이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일을 하신분, 경북 어느 한 지역의 전통 놀이의 계승자이신분...

저도 저분까지는 못 되어도, 열심히 자~알 하며 살겠습니다.

보험 서류 때문에 불안해하시는 보호자분들을 도와 드리면 한 가정의 생계를 지탱하거나 환우분의 치료를 지속하게 하는 생존의 문제가 해결 될수 있으니, 제가 지금 가장 잘 하는것으로, 열심히 할겁니다.

저는 환우분의 이름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서류에 박제된 복잡한 숫자와 코드보다, 지금 제 앞에 계신 분의 '이름'을 먼저 부르는 것이야말로 제가 환우분께 드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존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내 이름이 불린다는 것, 그것은 내가 이 병원의 '관리 대상'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니까요.

서류를 건네는 보호자분의 손이 미세하게 떨릴 때가 있습니다. 환우분의 상태가 걱정된다는 간절한 신호입니다. 

서류를 챙기기 전에 먼저 눈을 맞추고 "많이 걱정되시지요?"라며 마음을 먼저 다독입니다.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호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 그것이 원무과 직원이 갖춰야 할 진짜 역량이라 믿습니다.

물론, 병원 서류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답답해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지요. 하지만 그 서류들은 환우분이 누려야 할 권리를 증명하고 치료를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 

저는 환우분들이 단 하나의 혜택도 놓치지 않으시도록, 조금 번거롭더라도 제가 꼼꼼하게 챙겨드리는 것을 제 소명으로 여깁니다.

오늘도 저는 원무과 창구에서 도장을 찍습니다. 이 작은 도장 하나에 누군가의 일생이 담겨 있고, 한 가정의 평온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비록 제가 환우분들의 병을 직접 치료하는 의료진은 아니지만, 그분들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가장 튼튼한 행정적 기반을 마련해 드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누군가 저에게 "그때 꼼꼼히 챙겨주신 덕분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해준다면, 저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오늘도 이 창구에서, 누군가의 인생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가장 세심하고 정직하게 서류를 채워 나갈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환우분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식이며, 제가 원무과 직원으로 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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