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양병원 원무과에서 매일 환우분들과 보호자님들을 곁에서 뵙고 있는 현직자입니다.
병원 창구에 앉아 있으면 참 재미있는 풍경을 보게 됩니다. 처음 입원하실 때는 서로 서먹해서 눈도 잘 안 마주치던 환우분들이, 며칠만 지나면 마치 오랜 친구처럼 서로의 식사를 챙기고 휠체어를 밀어주시는 모습입니다.
24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보내며 아픔을 공유한다는 것은, 세상 그 어떤 관계보다 빠르게 사람을 가깝게 만드는 마법 같은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창구에 앉아 있다가 문득 복도 쪽에서 껄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휠체어를 밀어주며 "자네, 오늘은 왜 이래 기운이 없노? 내랑 옥상 정원 가서 바람이나 좀 쐬자!" 하시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리네요.
사실 원무과 직원으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인연을 지켜볼 때입니다. 병원이라는 곳이 때로는 고통스럽고 지루한 곳이지만, 옆에 나처럼 아픈 사람이 있고 또 나를 챙겨주는 '동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우분들의 표정은 확연히 밝아지곤 하거든요.
환우분들끼리 서로 의지하는 것은 너무 좋지만, 병원인 만큼 지켜야 할 선도 분명히 있습니다.
나에게 좋은 약이나 건강식품이라고 해서 옆 사람에게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서로의 치료법에 대해 너무 깊이 조언하기보다는, 그저 곁에서 말벗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서로 정답게 지내되, 혹시 한 분이 감기 기운이 있다면 서로를 위해 잠시 거리를 두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건강을 위해 들어온 곳에서 건강을 해치면 안 되니까요.
혹시 옆 병실 환우분이 평소와 다르게 기운이 없어 보이거나 증상이 안 좋아 보인다면, 직접 해결하려 하지 마시고 바로 간호사실에 알려주세요. 그것이 진짜 '동료'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Q: 낯선 병실 생활, 어떻게 친구를 사귀면 좋을까요? A: 먼저 밝게 "식사하셨어요?"라고 인사 한마디 건네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다들 병원이라는 낯선 곳에 들어와 마음이 닫혀 있을 때, 누군가 먼저 내미는 따뜻한 손길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병원 문을 나서면 다시 남남이 될 수도 있겠지만, 병동에서 함께 보낸 그 시간만큼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한 동지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도 창구 너머로 들려오는 환우분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아픔도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말이, 이곳 요양병원에서는 정말 사실이라고요.
저희 병원에서는 같이 운동 경기를 보거나, 간단한 게임 또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분들의 만남 주선을 해서, 혼자 계시므로 최대한 외롭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료한 시간을 최대한 줄이니, 종전 보다 더 밝은 모습으로 지내시는 모습을 뵙니다.
물론 게임을 하시다가 한번씩 말 다툼도 일어나더군요. 대 부분 할아버지들이 싸우시는데, 이럴땐 할머니들의 역활이 커서, 몇 마디면 금방 해결이 되더군요.
'아니... ㅇㅇㅇ씨, 이분이 맞는데, 왜 억지를 부리셔..''그러지 말고, 다시 한번 해봐요'
오늘도 우리 병원의 하루가 밝게 지나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