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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계절은 바뀌는데, 병동의 시간은 멈춘 것 같을 때

안녕하세요. 요양병원 원무과에서 매일 환우분들과 보호자님들을 곁에서 뵙고 있는 현직자입니다.

병원 창구에 앉아 있으면 계절이 바뀌는 것을 환우분들의 표정과 병실 복도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가장 먼저 실감합니다. 

특히 민족 대명절인 설날이나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 병원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사뭇 다르게 흐릅니다. 밖에서는 다들 고향으로 향하고 웃음꽃이 피지만, 병동 안에서는 오히려 적막함과 그리움이 깊어지곤 하니까요.


명절 연휴, 요양병원 복도 창가 너머로 비치는 보름달과 조용히 병실을 지키는 원무과 직원의 따뜻한 시선


저희 병원에 입원하신 환우분들은 대부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라, 명절이면 이곳이 평소보다 훨씬 더 북적거리곤 합니다. 아들, 딸 내외부터 손자, 손녀들까지 찾아와 병실을 가득 채우곤 하죠. 

이 날은 가족들이 가져온 선물들 덕분에 환우분들뿐만 아니라 저희 직원들도 덩달아 넉넉한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 끝내 가족들이 오지 못하는 환우분들을 뵐 때입니다. 

얼굴에 가득한 그리움을 억누르며 적막한 명절을 보내시는 그 표정을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파 다가가 음료수라도 하나 건네며 짧은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그 짧은 대화가 그분들께 작은 위로가 되었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명절 같은 연휴가 되면, 저희 원무과 직원들은 환우분들이 조금이라도 외로움을 덜 느끼실 수 있도록 나름의 작은 준비를 합니다. 비록 화려한 파티는 아니더라도 병동 곳곳에 작은 장식을 두거나, 식단에 명절 분위기가 나는 메뉴가 들어갔는지 한 번 더 체크하게 되죠. 

작은 디테일이지만, 그 안에서 환우분들이 잠시나마 일상을 느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때문입니다.

어떤 보호자분이 명절에 환우 곁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경상도 사투리로 원무과에 있는 저에게 미안함을 토로하시네요.

"명절전에 돈내러 와십니더... 근데, 제가 명절에는 못 오니, 어쩝니꺼.. 미안해서.."

그때마다 저는 꼭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보호자님, 환자분은 보호자님이 건강하게 계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을 얻고 계세요. 죄책감 갖지 마세요."

혹시 명절에 병원을 방문하실 계획이라면 몇 가지만 미리 기억해 주세요.

방문 시간 확인: 연휴 기간에는 병동 인력이 평소와 다를 수 있으니, 면회 시간을 미리 확인하세요.

간병인과의 소통: 간병인분들도 연휴에는 교대 근무 등으로 바쁘실 수 있으니, 환우분의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방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감염 예방: 명절에는 이동 인구가 많아 면역력이 약한 환우분들께는 감염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감기 기운이라도 있다면 방문을 조금만 미루고 전화로 안부를 전하는 것이 환우를 위한 가장 큰 배려입니다.

창밖의 풍경은 쉴 새 없이 바뀌어 가지만, 병동 안에서의 시간은 마치 멈춰 있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그 멈춰버린 시간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도 병원 문을 나서는 퇴근길, 병동에 남아계신 환우분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