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요양병원 원무과 직원이 말하는 '비급여 면역 치료(비타민, 싸이모신)', 꼭 맞아야 할까?

이 글을 시작하며 (작성자의 말)

저는 현재 메디컬 의원과 요양병원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며, 각종 암으로 고통받는 20~30여 분의 환우분들을 매일 곁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환우분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포스팅의 사연은 지인의 이야기로 의인화 및 각색하여 전달하지만, 제가 목격한 그들의 고통과 눈물,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들은 모두 진짜입니다.

암이라는 불청객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기에, 우리 모두가 건강할 때 미리 예비 상식을 쌓고 보험 등 현실적인 대비를 해두시길 바라는 간절한 진심을 담아 이 기록을 남깁니다.

요양병원 원무과 데스크에 놓인 진료비 영수증과 암 환자 비급여 면역 치료비 수납을 위한 계산기 사진

오늘 퇴원 수납을 하시던 보호자 한 분이 진료비 영수증의 '비급여' 항목에 찍힌 백만 원 단위의 숫자를 보고 깊은 한숨을 쉬셨습니다. 

보호자분께서는 낮은 소리로 하시는 말씀이 제게 들렸습니다.

"실비보험이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이 주사 어떻게 맞겠어요..." 하시더군요. 항암 부작용을 줄여준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가의 면역 주사를 선택했지만, 매번 청구될 때마다 큰 부담을 느끼시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암 요양병원 상담을 받아보신 분들이라면 '고용량 비타민C 주사', '싸이모신알파1', '미슬토 주사' 같은 이름들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들은 소위 '비급여 면역 치료제'로 불리며,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이 자체적으로 정한 금액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환우와 보호자분들이 제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비싼 주사, 무리해서라도 꼭 맞아야 하나요?"

단호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런 비급여 면역 주사들은 직접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해 없애는 기적의 치료제가 아닙니다. 이름 그대로 환자의 떨어진 면역력을 올려주고, 독한 항암제로 인한 부작용(구토, 극심한 피로감, 통증 등)을 '완화'시켜 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이런 주사를 맞고 나서 항암 주기를 훨씬 수월하게 견디고 컨디션이 회복되었다고 말씀하시는 환우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환자마다 체질과 반응이 다르고,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 다행히 이 비급여 주사들도 실비보험(실손의료보험) 청구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주사부터 맞으시면 절대 안 됩니다! 

반드시 원무과 직원이나 담당 설계사에게 연락하여 내 실비보험의 1년 비급여 주사제 한도 금액이 얼마인지, 그리고 통원과 입원 시 보상 한도가 어떻게 다른지를 사전에 꼼꼼히 체크하셔야 합니다. 

한도를 초과하여 맞게 되면 수백만 원의 병원비를 고스란히 자비로 부담하는 낭패를 겪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 부담감 자체가 환자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입니다

어떤 보호자분들은 무리해서 빚을 내서라도 좋다는 주사는 다 맞혀드리고 싶어 하십니다. 그 애타는 마음을 저 역시 너무나 잘 압니다. 하지만 장기전인 암 투병에서 경제적인 쪼들림은 환자 본인에게 엄청난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주며,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무조건 다 맞아야 낫는다"는 광고에 흔들리지 마세요. 현재 우리 가정의 경제적 상황과 실비보험 한도 내에서 주치의와 상의하여 가장 효율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합니다. 

병원비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밥 한 그릇 더 드시는 것이, 때로는 값비싼 영양주사 한 병보다 더 좋은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요양병원 원무과 직원이 말하는 항암 치료 부작용의 현실과 암 환자 식단 관리

이 글을 시작하며 (작성자의 말) 저는 현재 메디컬 의원과 요양병원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며, 각종 암으로 고통받는 20여 분의 환우분들을 매일 곁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환우분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포스팅의 사연은 지인의 이야기로 의인화 및 각색하여 전달하지만, 제가 목격한 그들의 고통과 눈물,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들은 모두 진짜입니다. 암이라는 불청객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기에, 우리 모두가 건강할 때 미리 예비 상식을 쌓고 보험 등 현실적인 대비를 해두시길 바라는 간절한 진심을 담아 이 기록을 남깁니다. 오늘 점심시간, 병동으로 배식 카트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유독 마음이 쓰이는 환우분이 계셨습니다. 항암 치료를 처음으로 받고 오신 40대 대장암 환자분이신데, 평소 밥맛이 좋기로 소문난 저희 병원 반찬을 앞에 두고도 헛구역질을 하는 모습이 보이시더라고요. 억지로라도 드셔야 체력을 버티는데, 그 모습을 보는 제 속이 다 타들어 같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항암 치료의 고통을 묘사할 때 보통 머리카락이 빠지는 모습을 가장 먼저 보여줍니다. 하지만 제가 요양병원 현장에서 매일 곁을 지키며 지켜본 환우분들의 '진짜 고통'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먹는 것과의 전쟁'입니다. "물에서 쇠 맛이 나고, 밥알이 모래알 같아요" 환자분들은 이렇게 말씀 하십니다. "그래도 천천히 꼭꼭 씹어서, 드셔야 체력을 회복하세요." 저는 이렇게 말씀 드리죠. 항암제가 몸에 들어가면 암세포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이 빠른 정상 세포인 구강 점막이나 위장 세포까지 함께 손상시킵니다. 이로 인해 찾아오는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단순히 입맛이 없는 정도가 아닙니다. 입안이 헐어서 물 한 모금 삼키는 것도 칼에 찔리는 것처럼 아파하시고, 미각이 완전히 변해버려 평소 가장 좋아하던 음식에서 고무 타는 냄새나 쇠 맛을 느끼시기도 합니다.  손발 끝이 저린 말초신경병증 때문에 스스로 수저를 쥐는 것조차 버거...

환우분들은 모르시는, 병원 직원들의 고단함과 그럼에도 웃으며 출근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요양병원 원무과에서 매일 환우분들과 보호자님들을 곁에서 뵙고 있는 현직자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계신 분들이나 보호자님들은 저희를 볼 때 늘 '직원'으로만 대하십니다.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주고, 서류를 떼어주며, 복잡한 계산을 처리해 주는 사람. 저 역시 병원에서는 늘 꼿꼿한 자세로 웃으며 창구를 지킵니다.  하지만 가끔 거울을 보거나 퇴근길 버스 창문에 비친 제 얼굴을 볼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아들, 딸이자, 때로는 아픔을 겪는 평범한 사람인데 말이지요.' 컴퓨터 화면만 하루 종일 보고 있어 눈이 침침해질 때가 많습니다. 보호자분들의 민원을 처리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기가 빠져 퇴근 후에는 말 한마디 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원무과 댓빵이 한마디 하십니다. '내일 쉬는데, 한잔 먹고 갈까.. 그래야 친목도 도모 되고, 스트레스도 풀고.. 그러는게 맞제..' '집에 전화해라. 마.. 한잔 묵자.' 저희들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지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이라는 곳이 그렇더군요. 제가 아프다고 티를 낼 수 없는 곳입니다.  제가 조금만 표정이 어두워도 환우분들은 "무슨 안 좋은 일 있나?" 라며 걱정해 주시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병원 문을 열기 전, 거울을 보고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올리는 연습을 하곤 합니다. 그래도 오래오래 환우분들 곁을 지키려면 저희도 살아야겠더라고요. 저희 직원들끼리 공유하는 '작은 숨구멍'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아무리 바빠도 점심시간 끝에 10분은 꼭 병원 밖을 나갑니다. 햇볕을 쐬고 들어와야 오후 업무를 다시 시작할 에너지가 생기거든요. "오늘 고생 많네", "차 한잔할래?" 라는 동료의 말 한마디가 참 큽니다. 병원 업무는 혼자 할 수 없기에, 동료들과의 짧은 수다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저희만의 생존 방식입니다. 병원 일을 하는 동안만큼은 긴장 ...

병원 복도에 퍼진 치킨 향기, 소동이 웃음으로 바뀐 우리 병원의 어느 오후

안녕하세요. 요양병원 원무과에서 매일 환우분들과 보호자님들을 곁에서 뵙고 있는 현직자입니다. 병원이라는 곳은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치료를 받고, 검사를 하는 톱니바퀴 같은 일상이 반복되죠. 하지만 가끔은 이런 팽팽한 긴장을 단번에 녹여버리는 유쾌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우리 요양병원 사람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던, 잊지 못할 '치킨 소동'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원장님께서 그동안 고생하는 간호사 선생님들을 위해 몰래 치킨을 주문하셨습니다.  그런데 배달원의 실수였을까요, 아니면 병원 복도가 조용했던 탓일까요? 배달원이 병원 문을 열고 들어와 "치킨 배달 왔습니다!" 라고 외쳤는데, 하필 그 소리를 들은 장난끼 많은 환우 한 분이 본인이 시킨 것이라고 하신 겁니다. 그 어르신은 평소에도 장난기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치킨 냄새가 복도에 진동을 하자마자 "내 치킨 왔다! 다들 모여라!" 라고 병동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간호사 선생님들은 당황했고, 진료를 보던 의사 선생님들까지 무슨 일인가 싶어 복도로 나오셨습니다. 원무과에 있던 저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부리나케 뛰어나갔죠. 알고 보니 원장님이 간호사 선생님들 고생한다고 시키신 건데, 엉뚱한 환우분이 주인공이 되어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은 금세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원장님은 당황한 간호사 선생님들을 보며 너털웃음을 터뜨리셨고, 상황을 파악한 환우분들도 박장대소를 하셨습니다. 물론, 환우분들은 병원 식단에 따라 식사 조절을 하셔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치킨 냄새는 코를 찔렀지만, 어르신들은 본인이 드실 수 없는 것을 아시기에 "에구, 냄새는 좋네! 그림의 떡이다!" 하시며 연신 장난을 치셨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혹시라도 드시고 싶어 하실까 봐 "어르신, 이건 우리만 먹고 나중에 건강해지시면 제가 밖에서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