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원무과 직원이 본 암 환자 가족의 눈물, 보호자가 지치지 않으려면
이 글을 시작하며 (작성자의 말)
저는 현재 메디컬 의원과 요양병원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며, 각종 암으로 고통받는 20여 분의 환우분들을 매일 곁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환우분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포스팅의 사연은 지인의 이야기로 의인화 및 각색하여 전달하지만, 제가 목격한 그들의 고통과 눈물,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들은 모두 진짜입니다.
암이라는 불청객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기에, 우리 모두가 건강할 때 미리 예비 상식을 쌓고 보험 등 현실적인 대비를 해두시길 바라는 간절한 진심을 담아 이 기록을 남깁니다.
오늘 오후, 퇴원 수속 서류를 떼러 원무과 창구에 오신 한 보호자분의 야윈 얼굴을 보며 왈칵 마음이 아렸습니다.
40대 아내분의 유방암 수술 후 석 달째 매일 병원으로 출퇴근하셔서 제 눈에 유독 익은 보호자분이셨는데, 서류를 읽으시다가 펜을 쥐고 잠깐 졸고 계시더군요. 환자분 챙기시느라 정작 본인의 식사와 수면, 옷차림은 다 포기하신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병원 현장에서 20여 분의 환우들을 곁에서 지켜보다 보면, 침상에 누워계신 환자분만큼이나 위태로워 보이는 '숨겨진 환자'가 있습니다. 바로 밤낮없이 그들 곁을 지키는 가족, 보호자분들입니다.
그 보호자분은 "제가 잠시 눈을 붙이거나 밥을 먹는 것조차 죄악 같아요"
"아내의 고통을 생각하니, 그 동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내가 너무 미안해서.."
저는 "보호자분도 체력이 있어야, 이병을 같이 겯뎌낼수 있으니, 틈틈히 쉬는 습관을 가지세요."라고 말씀 드립니다. 저로서도 어찌 더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많은 보호자분들이 제게 토로하시는 가장 큰 고통은 육체적 피로가 아니라 '죄책감'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생사를 오가는 투병을 하고 있는데, 나 혼자 편하게 잠을 자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될까 하는 미안함이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이죠.
특히 항암 부작용으로 예민해진 환자분에게 짜증이라도 한 번 내고 난 날이면, 비상구 계단에 혼자 앉아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시는 보호자분들의 뒷모습을 원무과 직원인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목격하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감히, 그리고 가장 단호하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보호자분부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암 치료는 단거리 스프린트가 아니라 기약 없는 마라톤입니다. 페이스 조절을 하지 않고 초반에 모든 체력과 정신력을 쏟아부으면, 정작 환자분이 가장 의지해야 할 중후반에 보호자가 먼저 번아웃(Burnout)으로 쓰러지게 됩니다.
그래서 암 환우분들이 저희와 같은 요양병원을 선택하시는 것은 결코 가족의 '책임 회피'가 아닙니다. 의료진과 병원 시스템에 무거운 짐을 잠시 나누어 맡기고, 가족들은 본인의 일상과 체력을 회복하는 '숨 고르기'를 하기 위한 가장 현명하고 필수적인 전략입니다.
가족의 암 진단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마세요. 병원에 계실 때는 식단 관리나 혈압 체크, 응급 상황 대처 같은 육체적이고 전문적인 케어는 주치의와 간호사들에게 온전히 맡겨주십시오.
그리고 보호자분은 환자의 손을 따뜻하게 한 번 더 잡아주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마음의 안정을 주는 '정서적 지지자'의 역할에 집중하시는 것이 훨씬 더 큰 치료 효과를 냅니다.
오늘 하루도 병상 옆 작은 간이 침대에서 새우잠을 청하실 전국의 모든 환우 가족분들께 깊은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댓글
댓글 쓰기